경희대학교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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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6-14 13:38
[오피니언] 반값 등록금, 실사구시로 풀어야 - 권영준 교수
 글쓴이 : 행정실
조회 : 1,271  

[아침을 열며/6월 13일] 반값 등록금, 실사구시로 풀어야

집권 중반기 이후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을 국정의 최우선 기조로 내세웠던 MB정부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민들의 피눈물을 외면한다는 비판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ㆍ감독 실패가 대주주의 후안무치한 비리와 결탁하면서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몬 저축은행사태가 그 하나요, 살인적인 물가에 이어 천정부지의 등록금 때문에 다시 촛불을 들고 나온 대학생들의 절규가 또 다른 하나다.

청와대 TF팀 즉각 만들어야

이른바 '반값 등록금'은 우리 사회의 백해무익한 고질병인 이념대립까지 부추기는 고약한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민생고로 자살까지 하는 마당에 한가하게 무슨 이념 타령인가. 실사구시로 풀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는 자신들이 주도하지 않고, 야당의 주장에 편승한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포퓰리즘적 주장이라는 이유로 미적거리다가, 85%가 넘는 압도적 여론과 제2의 촛불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고뇌하고 있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을 둘러싼 많은 문제들이 상당 부분 공론화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만 청와대의 의지가 미약한데다 재원마련의 문제, 접근방안의 우선순위, 형평성 문제 등으로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촛불은 갈수록 커지고 정치의 계절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공약을 말한 적 없다는 한심한 소리 말고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즉시, 청와대 내에 전문가그룹을 포함한 태스크포스(TF)팀을 설치하고, 학생들은 학교로 정치권은 국회로 돌아가 TF팀의 대안을 기다려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반값 등록금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편견 없이 제로베이스에서 실사구시로 검토해야 한다.


등록금문제는 물론 교육문제가 경제정책의 최우선가치를 차지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교육의 정상화 없이 우리 사회 최악의 걸림돌인 양극화 문제를 풀 수 없다. 대학등록금 문제만 해도 극단적인 양극화현상이 존재한다. 부모가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는 자녀들 대학등록금을 회사가 100% 대주고, 소득세 최상위계층 자녀들은 이미 등록금의 40%정도를 국가가 대주고 있는 셈이다. 소득세 최고구간의 세율이 주민세 포함 38.5%이므로, 연간 900만원까지 대학등록금 소득공제를 받고 세율을 감안하면 약 40%정도의 등록금을 정부가 돌려주는 것이다. 반면, 저소득계층 자녀들은 부모로부터는 물론 정부나 시장으로부터도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등록금을 둘러싼 양극화문제는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재원마련 때문에 어렵다는 핑계만 대지 말고, 우선 TF팀 안에서 교육을 둘러싼 모든 문제들을 드러내놓고 종합적 시각에서 해결하는 '일반균형적 접근방법(General Equilibrium Approach)'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세계 2위인 사립대 등록금의 적정성과 대학의 공적 기여, 고등교육과 초ㆍ중등교육 간의 교육재정의 합리적 배분, 대학진학률의 적정성 분석과 고교졸업자의 인력수급을 위한 중소기업활성화, 대학경쟁력과 대학구조조정, 기여입학제 등의 모든 문제를 동시에 실사구시로 접근하고 일반균형적 해결책을 도모해야 한다. 공적기여가 동일한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재정지원이 달라야 하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대학진학률을 선진국 평균으로 낮추어 학력경쟁력을 높이는 문제, 대ㆍ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교육인력수급의 정상화 문제 등도 정교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해법은 '일반균형접근법'으로

기여입학제 문제도 사전적 매학(買學)의 수단이 아니라 사후적 기여의 공로로 진정성을 인정 받도록 시차(예컨대, 10년 전까지 누적적 기여)와 인정범위(내신과 수능의 일정범위 내) 등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는다면 지금처럼 흑백논리로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촛불이 나서지 않도록 정부는 실사구시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2011.6.12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