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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8-04 10:29
[기고]각종 자격고시에 여성들이 몰리는 까닭은… 김성은 교수
 글쓴이 : 행정실
조회 : 1,992  

[기고]각종 자격고시에 여성들이 몰리는 까닭은…

각종 국제스포츠대회에서 보여준 대한민국 여성의 활약은 늘 충격적일 정도로 눈부셨다. 김연아 박세리 장미란 등 우리나라 여성의 탁월한 능력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뛰어난 우리나라 여성의 잠재적 생산력이 국가경제 발전에 적극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저출산과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다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여성의 지위가 향상될 수 있는 사회 풍토와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호소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꾸지람을 듣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하지 않는 부인들이 남편의 월급통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열심히 일하는 남편들은 용돈이나 타 쓰는 불쌍한 처지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권은 세계 최고이고, 우리나라가 여성에게 가장 행복한 나라이다. 행정고시 사법시험 외무고시 등 각종 전문자격증 시험에서 여성의 합격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오히려 여성의 높은 사회 진출에 대해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니냐?”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아리다. 2000년 48.8%였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09년 49.2%로 변화가 거의 없다. 모자가구의 빈곤율은 일반가구의 3배 이상 높고, 여성가구주의 월평균 소득은 남성가구주 소득의 절반 정도다.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용과 소득 분야에서 우리나라 남녀 간 차이가 38%로 회원국 중 최대, 즉 성평등 부문에서 꼴찌라고 발표했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성(性)격차지수는 134개국 중 104위다.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공무원과 정치인, 사회의 여론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자신의 부인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성 전체의 경제적 현실을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여성이 경제권을 쥐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가정 내에서의 소비결정권’에 그칠 뿐 소유-생산-분배 등 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 장악력은 여전히 여성의 손을 벗어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경제적 지위보다 더욱 열악하다. 중앙정부 41개 기관 중 고위직 여성공무원이 한 명도 없는 기관이 22개다. 준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기업에도 고위직 여성은 거의 없다. 유리천장을 보고 자라난 젊은 여성들이 투명한 잣대인 시험으로 겨룰 수 있는 전문직에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각종 자격고시에서 여성 지원율이 남성을 추월하는 것은 여성의 열악한 사회적 지위를 방증해 준다고도 볼 수 있다.
세계는 변하고 있다. 프랑스 재무장관인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총재로 선출되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차기 세계은행 총재로 거론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는 독일의 수장도 여성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세계경제가 여성지도자들의 지휘하에 들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선진국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급격히 향상된 데는 다양한 여성할당제가 적잖은 기여를 했다. 선진 유럽 국가들은 전체 국회의원 중 30∼40%를 여성에게 할당해 왔다. 2002년 노르웨이가 모든 상장기업의 최소 여성임원 비율을 40%로 규정한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네덜란드 스페인 등 대부분의 EU 국가가 유사한 법을 통과시켰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우리나라 여성을 대표하는 정치가의 비중이 양적 질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정부의 부패척결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오히려 인맥이 약한 여성들이 더 넓고 높게 진출할 필요가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축소의 해답을 여성의 경제 참여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의 최소 여성임원 비율 40%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려운 사회 환경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폄하하기보다는 사회의 동료로 존중해주는 문화가 시급히 조성되기를 바란다. 여성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앞장서는 남성 지도자가 많아지는 것이 공정사회와 복지사회 구축의 지름길이다.

                                                                                                 동아닷컴 201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