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학문의 탁월성을 실현하고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위한 공적 실천의 장으로서 대학의 ‘지구적 존엄’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 회계‧세무학과 조미옥 교수가 회계 분야 국제저명학술지인 Review of Accounting Studies (RAST)에 제1저자(first author)로 논문 “An empirical analysis of gender differences in asymmetric labor adjustment: evidence from Korea”를 게재하였다(공저자: 서울과학기술대 현지원 교수, 서울대 이우종 교수, 세종대 선우희연 교수). 해당 학술지는 회계학 분야의 Top-tier 학술지로, FT50 저널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학술지이다. FT50 저널은 Financial Times가 전 세계 경영대학원의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데 활용하는 50개의 엄선된 학술지 목록으로, 경영학의 다양한 세부 분야와 일부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상위 3~5개 저널들을 포함한다.
조미옥 교수의 논문은 200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상장기업의 성별 직원 고용 관련 공시자료를 활용하여, 기업의 실적 변화에 따른 직원 고용 조정이 성별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러한 경향이 기업 내 여성 임원직 선임 및 승진 확률이 낮은 현상(glass ceiling, 유리천장)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매출액 증가)에서는 고용 조정에 성별 차이가 없지만,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매출액 감소)에서는 여성 직원을 남성 직원보다 더 많이 해고하는 경향을 발견하였다. 횡단면 분석을 통해 급여가 낮은 직업군에 여성이 집중되는(gender job segregation, 성별 직업 분리) 현상과 의사결정자가 개개인의 실제 능력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집단의 통계나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의사결정하는(statistical discrimination, 통계적 차별) 현상이 앞서 발견한 성별 고용 조정 차이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고용 조정의 성별 차이가 남성 직원 대비 여성 직원의 짧은 근속연수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유리천장 현상으로 연계됨을 실증하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적자원과 관련한 공시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향후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의 제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 연구는 한국의 고유한 기업의 성별 직원 현황 공시 자료로 일반 직원 단위에서 고용 조정 성별 차이를 확인하고, 직원 고용 조정의 성별 차이가 어떻게 유리천장으로 이어지는지 그 증거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공헌점이 상당하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경희대학교 회계‧세무학과 조미옥 교수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실무에서 6년간 회계 및 재무 업무를 경험하였습니다. 이후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뒤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조교수로 재직하다가 2024년 봄학기부터 경희대학교에서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의 전공 분야는 무엇인가요? 또한, 해당 분야에서 어떤 주요 연구 주제를 다뤄오셨나요?
회계학은 크게 재무회계, 관리회계, 세무회계, 회계감사, 비영리회계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 전공분야는 재무회계이고, 자본시장, 기업공시, 그리고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와 관련된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전통적인 회계정보 뿐만 아니라 비재무회계정보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이 자본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Q. 경희대학교에서 교수님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비전은 무엇인가요?
실무, 학계,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하여서 기업의 언어인 회계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 역시 오랜기간 진로고민을 하였으므로, 지식전달 외에도 학생들의 학습과 진로에 도움을 주는 멘토로서 제가 지금껏 학교와 사회로부터 누려온 것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에서는 지속가능한 경제 및 사회를 실현해 나갈 ‘전문적 지식과 소양을 갖춘 경영인’을 양성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교육자로서 생동감 있고 균형 있는 교육을 하고자 하는 저의 교육철학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로 사회의 필요가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경영학·회계학 전문가로 실무와 가까워지려 노력하며, 교원으로 다양한 기회를 통해 여러 학생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균형을 찾고자 합니다.
Q. 교수님께서 현재 연구하시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회계는 기업의 언어다(Accounting is the language of business).” 회계원리 교과서의 첫 문장으로 주로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저는 이 문장 자체에 매료되어 회계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언어가 없으면 사람들끼리 소통하기 어려운 것처럼, 기업에서 회계가 없다면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주주, 채권자, 재무분석가, 신용평가기관, 공급자, 소비자, 임직원, 정부, 과세당국, 감독기관 등)이 서로 소통하고 의사결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희소한 경제적 자원의 배분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회계 정보를 활용합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느 누구도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아닌 채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회계 정보의 유용성과 투명성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이번 FT50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동기가 있으셨나요?
Review of Accounting Studies에 게재된 ‘An empirical analysis of gender differences in asymmetric labor adjustment: evidence from Korea’논문은 제 박사학위 논문집 “Essays on Resource Adjustment(자원조정에 관한 연구)”의 첫 번째 에세이를 서울대 이우종 교수님, 서울과학기술대 현지원 교수님, 세종대 선우희연 교수님과 함께 발전시킨 논문입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부터 매년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고등교육 수준, 노동 참여율, 성별 임금 격차,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의회 내 여성 비율 등을 평가하여 직장 내 여성의 역할과 영향력에 관한 수준을 나타내는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를 산정하고 발표해왔습니다. 한국은 2013년 첫 발표 이후 지난 해 발표된 결과까지 연속하여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회계학 연구자로서 기업단위의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해보고 싶어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계에서 고용 조정의 성별 차이 현상은 주로 인터뷰, 실험 등의 방식이나 개인단위의 자료를 이용하여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국내상장회사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https://dart.fss.or.kr/main.do)에 매년 사업보고서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에 성별 직원의 수와 평균 근속연수, 임원의 성별을 공시해야 하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표본(large sample)의 공시자료를 활용하여 실증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자료로 분석하여 얻은 연구결과를 전세계로 알릴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연구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발견이나 예상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국외 연구환경에서는 지금껏 대규모의 기업표본의 자료수집에 한계가 있어 기업단위 직원수준의 기업내 성별 고용 격차에 대한 실증 연구를 수행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고, 대체로 기업의 임원현황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성별 보상격차나 유리천장과 관련한 실증 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앞서 얘기한 국내 상장회사의 공시자료를 활용하여 (1) 직원수준의 고용 조정의 성별 차이를 확인하고, (2) 고용 조정의 성별 차이가 성별 근속연수 차이와 관련되며, (3) 남성 직원 대비 여성 직원의 짧은 근속연수가 궁극적으로 임원수준의 유리천장 현상으로 연계됨을 실증하였습니다. 즉, 기업내에서 직원수준과 임원수준의 성별 고용 격차를 유기적으로 살펴본 것이 본 연구에서 가장 인상 깊은 발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Q.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성별 고용 차별 개선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제도적인 측면과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본 연구의 추가분석으로 수행한 횡단면 분석결과, 급여가 낮은 직업군에 여성이 집중되는(gender job segregation, 성별 직업 분리) 현상과 의사결정자가 개개인의 실제 능력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집단의 통계나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의사결정하는(statistical discrimination, 통계적 차별) 현상이 성별 고용 조정 차이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였습니다. 한편, 아무리 효익(benefit)이 크다고 한들 그 효익을 얻기 위한 비용(cost)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고 이러한 효익‧비용의 분석결과는 분석시점에 따라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도개선의 수준과 적용속도, 자발적인 기업의 일‧가정 양립(또는 여성친화) 정책수립, 사회적 인식의 변화, 그로 인한 성과(performance)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성별 고용 차별 개선을 위한 좋은 제도와 정책이 쏟아져도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일 것입니다. 모든 직원들이 경력단절이 되지 않고 함께 장기간 근속할 수 있고, 일한 것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원하는 직종에 적합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배치될 수 있고, 승진에 있어 공평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업 환경이 조성되기 위하여 수많은 연구와 논의가 계속하여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정부, 학계 등 모두의 노력은 기업들이 우리사회에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 나가는 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앞으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학문에 임해야 할지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시험문제와 달리, 우리의 삶에는 정답이나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문에 임하는 자세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많이 부딪히고 깨지면서 단단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생활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즐기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학업과 진로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고,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값진 경험들이 많은데, 이를 놓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저는 무엇이든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학문분야를 탐색해보고, 교환학생, 방문학생, 현장실습 등의 다양한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견문을 넓히길 권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지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답을 찾았을 때는 후회가 없을 정도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용기를 내어 하게 될 모든 도전이 여러분의 대학생활과 앞으로의 인생에 값진 자산이 되길 바랍니다.
작성자: 이지환, 홍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