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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버지가 겪었던 배움의 무게, 그 뜻을 장학금으로 잇습니다" - 임진섭 장학금 후원자, 임재환 원장님을 만나다

등록일 2025-12-10 14:34:07.0
  • 작성자 경영대학 (국문) 사이트



파주 신경과 임재환 원장, 부친 '故 임진섭 교수'의 이름으로 장학금 설립 "경제적 어려움 겪는 학생들에게 아버님의 따뜻한 마음 전하고파"

경기도 파주에서 '임재환신경과의원'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임재환 원장. 그가 최근 의사 가운을 잠시 벗고, 한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로 그의 부친, 故 임진섭 교수의 유지를 받들어 '임진섭 장학금'을 설립한 사연이다.

임 원장은 "아버님께서 평생 학생들을 아끼셨던 마음, 그리고 배움에 대한 간절함을 잊지 않기 위해 가족들이 뜻을 모았다"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1. 1948년 월남한 소년, 학생들을 가슴에 품은 '교수님'이 되다

임재환 원장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늘 '학생들'과 함께였다.

"아버님(故 임진섭 교수)은 1948년 평양에서 홀로 월남하셨습니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곳에서 오직 당신의 힘으로 삶을 일구셨죠. 평생 교단에 서시면서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정말 각별하셨습니다."

그의 기억 속 명절 풍경은 늘 아버지의 제자들로 북적였다.

"설이나 추석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나면, 늦은 저녁까지 예전에 졸업했던 제자분들이 아버지를 찾아와 집이 꽉 찼습니다. 방학이면 아예 차를 몰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제자들을 만나러 다니시는 것이 아버님의 가장 큰 즐거움이셨죠."

가족과의 시간도 소중히 여겼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영화관 나들이를 하고, '오이타'라는 식당에서 이동갈비, 빈대떡, 순대 등 푸짐한 저녁을 먹던 추억은 임 원장에게 지금도 생생하다.

아버지의 '제자 사랑'은 그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정년 퇴임하시고 3년 만에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때도 전국에서 제자분들이 한달음에 달려와 아버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주셨어요. 지금도 '추모 모임'을 따로 만들어 아버님을 기억해주실 정도입니다."

2. "공사장서 다친 학생이 낸 등록금, 그게 장학금의 시작이었죠"

임 원장은 아버지가 그토록 학생들에게 애틋했던 이유, 그리고 장학금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털어놓았다.

"사실 아버님 본인도 배움의 길이 순탄치 않으셨습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셔야 했죠. 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망이 크셨던 아버님은, 당시 밀(남동생)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어렵게 일본 유학(와세다대학)을 마치실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도움'을 받아 공부를 마쳤기에, 아버지는 학생들의 형편에 늘 마음을 썼다. 그러던 중 그의 가슴을 울린 한 제자를 만난다.

"당시 대학 등록금이 지금보다 더 큰 부담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버님께 강의를 듣던 한 학생이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다 다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이 다친 몸을 이끌고 와서, 공사장에서 받은 일당 현찰을 등록금으로 내미는 것을 아버님이 보신 겁니다."

그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그 학생을 따로 지원하며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는 다짐을 평생 가슴에 품게 되었다.

3. "너희가 가진 힘으로 이웃을 도우라"… 아버지의 유언, 장학금이 되다

아버지는 자식들이 모두 제 몫을 하게 되자, 특별한 당부를 남겼다. (임재환 원장의 형님, 즉 장남은 현재 캐나다에서 원자력 공학 박사 엔지니어로 재직 중이다.)

"아버님은 저와 형에게 '너희가 이제 홀로 설 수 있게 되었으니, 가진 능력을 훗날 이북에서 내려온 이들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라'고, 뜻깊은 일을 하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평생 실향민으로 사셨던 아버님의 진심 어린 유언이었죠."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임재환 원장을 비롯한 가족들(어머니와 형제)은 아버지가 남긴 소중한 뜻에 공감하여 '임진섭 장학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임 원장은 장학금의 쓰임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거창한 금액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 아버님이 그러셨듯, 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자신의 꿈이나 학업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아버님의 뜻을 제대로 잇는 길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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