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학문의 탁월성을 실현하고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위한 공적 실천의 장으로서 대학의 ‘지구적 존엄’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세계은행, OECD를 거치며 글로벌 경제의 최전선에서 활약해 온 양제열 교수를 신임 교원으로 초빙했습니다. 양제열 교수는 재무를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닌 ‘상대를 설득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로 정의하며, 데이터 너머의 소통 능력을 강조합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10년, 20년을 내다보는 긴 호흡의 커리어 전략과 기업 경영의 본질을 제시하는 양제열 교수의 깊이 있는 통찰을 들어보았습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주요 전공 분야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안녕하세요, 양제열 교수입니다. 주 전공 분야는 기업재무와 은행, 그리고 가계부채입니다. 기업과 가계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운용하는지, 그리고 금융 기관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부 졸업 후 기획재정부에서 약 6년간 근무하며 정책 실무를 익혔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재무학(Finance)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박사 과정 중에는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근무했으며, 졸업 후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2년 정도 활동하다가 경희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Q2.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되신 계기나 특별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기획재정부에서 일할 당시 제 역할은 기업 투자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 보았는데,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인력 지원, 인프라 구축 등 여러 요소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실무를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이 모든 것 중에서 자금 조달 측면이 가장 핵심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규제와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성장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데 있어서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금융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성장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을 비교해 보면, 결국 자금 여건의 차이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CEO의 능력, 인사 정책 등 다른 요소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금융이 기업 성장의 가장 근본적인 동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유학 시 전공을 파이낸스로 선택하게 만들었습니다.
Q3. 이번 학기에 맡으신 ‘재무관리’ 수업은 전공 필수 과목입니다. 학생들을 지도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 자료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저는 줄기만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이야기, 즉 재무의 전체적인 체계와 흐름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가지와 잎사귀 같은 세부 내용은 학생들이 나중에 자신의 관심사와 필요에 따라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제 역할은 학생들의 머릿속에 단단한 줄기를 세워주어, 그들이 이후 독립적으로 지식을 확장하고 심화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Q4. 정부 부처와 국제기구 등 실무 현장에 계시다가 교단에 서셨는데, 현업과 교육 현장의 차이 혹은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사실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지만, 사회에 나가면 초기에는 스킬이 중요합니다. 코딩 능력, 데이터 처리 능력, 자격증 같은 것들이 취직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승진하고 인정받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금을 조달할 때도 설득이 필요하고, 다른 부처와 협력할 때도 설득이 필요합니다. 결국 80% 이상의 성공이 사람을 어떻게 설득하고 소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가르친다는 것도 학생들에게 내가 가진 지식과 통찰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그 점에서 실무와 교육은 매우 비슷합니다.
다만, 한 가지 어려움이 있다면 제가 맡은 재무관리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강의 유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무관리는 과목의 특성상 문제 풀이와 내용 전달 중심입니다.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은 학생들의 인터퍼스널 스킬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수업입니다. 현재로서는 과목의 특성에 맞춰 강의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런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Q5. 앞으로의 교육 활동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린 소통과 설득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또 다른 한가지는 데이터 사이언스와의 결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재무학은 사실상 데이터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를 포함해 파이낸스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앞으로 학생들이 재무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여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실무적인 데이터 분석 역량을 함양하는 수업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Q6. 흔히 재무를 ‘경영학의 꽃’이라고 부릅니다. 기업 경영에서 재무가 핵심 역량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재무가 "경영의 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재무, 인사, 마케팅 등 여러 분야가 모두 균등하게 중요합니다. 한국 학생들은 재무가 수치로 이루어져 있어서 "체계가 잡혀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마케팅이나 인사는 정성적이고 불확실해 보여 상대적으로 '손에 잘 안 잡히는’ 영역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 운영에 있어서 마케팅과 인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대학 교육의 특성상 정량화하고 체계화된 금융 분야가 더 쉽게 가르쳐질 뿐입니다. 해외와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마케팅과 인사 같은 분야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가 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기업 내의 모든 활동에는 반드시 ‘돈’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돈이 들어가지 않는 기업 활동은 없습니다. 인사를 하려고 해도 인건비가 들고, 마케팅을 하려고 해도 마케팅 비용이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재무 부서는 기업의 모든 활동을 중간에서 승인하고, 조절하고, 때로는 제한합니다. 또한 금융을 통해서는 인사, 마케팅, 운영 등 기업의 전반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재무 담당자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모든 부서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제 역할을 해야 기업이 살아갑니다. 재무의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분야보다 시야가 다소 넓을 수 있다는 점 정도입니다.
Q7. 재무·금융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경영학도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재무·금융 분야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숫자에 편해야 합니다. 수치 계산과 통계에 거부감이 없는 것이 기본 조건입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인터퍼스널 스킬입니다.
재무 분야는 단순히 수학 문제를 푸는 곳이 아닙니다.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이해관계자를 조정하는 것도 모두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나는 사람 만나는 건 싫고 숫자만 다루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숫자는 기본 소양일 뿐, 궁극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하고 설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Q8. 마지막으로 경영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대학 4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것입니다. 이 4년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 전문가로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시간입니다. 지식도 중요하고, 인터퍼스널 스킬도 중요합니다. 이 기간 동안 사람을 대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 지식적 깊이를 최대한 개발하세요. 사회에 나갔을 때 경쟁력이 있으려면 대학 시절 성장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둘째, 둘째는 취직과 커리어를 바라보는 시각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취직만을 목표로 삼지만,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 시계로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해야 합니다. 취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입사 후에도 직무가 맞지 않거나, 산업 환경이 변하여 이직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특히 지금처럼 미래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는 유연한 사고와 직업적 이동성이 중요합니다. 당장의 첫 직장만 바라보지 말고, 10년, 20년 후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내가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진행: 장서윤 / 기사 작성: 진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