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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예규 교수, 소비자를 움직이는 심리를 탐구하다

등록일 2025-12-11 14:59:14.0
  • 작성자 경영대학 (국문) 사이트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사람과 데이터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를 깊이 이해하고 기술과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능력은 마케팅의 필수적인 역량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교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이번 년도, 마케팅 분야의 신임 교원으로 한예규 교수를 초빙했습니다. 한예규 교수를 만나 소비자를 이해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 마케팅과 소비자 연구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주요 전공 분야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안녕하세요, 마케팅 소비자행동 한예규 교수입니다. 미국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스페인에서 약 4년 반 조교수로 재직 후 경희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소비자행동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며, 어떤 요인들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저의 주 연구 분야는 크게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감각적와 소비자와 기술의 상호작용에 따른 효과입니다. 소비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어떻게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며, 인공지능, 보이스봇 등 급변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과 디바이스가 소비자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이 소비자의 의사결정과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Q2. 교수님께서 소비자 행동 및 심리 분야를 연구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나 경험이 있으신가요?

학부 시절 수강한 소비자행동론 과목에서 처음 접한 여러 이론과 접근 방식에 큰 매력을 느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이 소비자행동을 학문적으로 깊이 탐구하게 된 출발점이었습니다.

또한, 대학 시절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의 경험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벨기에의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을 보러 갔을 때였는데, 실제로는 매우 작고 평범한 동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가진 물리적 속성과 무관하게, 스토리텔링과 브랜딩을 통해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국가적 명물이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이것이 브랜딩과 마케팅, 그리고 소비자 심리를 보다 깊이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Q3. 이번 학기에 진행하신 ‘소비자행동론’ 수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소비자행동론은 소비자가 무엇에 영향을 받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왜 그러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학부 수업에서 저는 이러한 이론적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되, 소비자를 조사하는 방법론적 관점을 함께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단순히 머릿속의 추상적 개념이나 이론적 지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필드로 나가 실제 소비자를 만나고 인터뷰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통해 데이터 뒤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다소 도전적일 수 있지만, 이러한 과정이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학습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4. 구체적인 강의 방식과 과제에 대해 더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한 학기 동안 진행되는 핵심 과제인 그룹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특정 소비자 집단을 선정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배달 앱을 일주일에 3~4회 이상 이용하는 Z세대(Gen Z)와 같이 구체적인 소비자 집단을 정의하고, 실제 그들이 겪는 문제와 조사 주제를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학생들은 단순한 정량적 설문조사를 넘어, “왜 그렇게 자주 사용하는지”, “배달비에 대한 심리적 저항은 없는지” 와 같은 질문을 직접 던지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게 되며, 이를 통해 소비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소비자행동론의 장점은 모든 사람이 이미 소비자라는 데 있습니다. 누구나 익숙한 경험을 기반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에, 학생들이 보다 자신감 있게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이해하는 노력을 해 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Q5. 최근 ‘기술과 소비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다루시나요?

최근 기술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소비자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과의 상호작용이 대부분 텍스트 기반이었던 과거에 비해, 음성 상호작용 및 자연어 처리를 통한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렇게 상호작용의 방식이 변할 때, 소비자의 의사결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진행한 한 실험 연구는 소비자가 텍스트 대비 음성기반 상호작용을 할 때 머신 에이전트가 제안하는 업그레이드 옵션을 더욱 쉽게 채택한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기계와 음성으로 상호작용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나 수치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직관적인 흐름에 따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상호작용의 메커니즘 또는 다양한 머신 에이전트의 속성이 소비자의 정보처리와 의사결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제 연구의 핵심입니다.

 



Q6. AI 음성이 사람의 말처럼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는 심리적인 요인과도 관련이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람 간의 대화와 AI와의 대화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우리는 아직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의사소통 중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든 중단하고 되물으며 상호 이해를 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지만, 기계와의 대화에서는 “제대로 답을 줄 수 있을까?”라는 신뢰의 문제가 개입되기도 합니다. 이 불확실성이 상호작용 과정 자체를 다르게 인지할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술이 진화하면서 이런 차이들이 또 다시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과 기계,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만드는 복잡한 상호작용의 역학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Q7.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어떤 역량을 키우기를 기대하시나요?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날카로운 관찰력과 분석적 사고, 그리고 이를 타인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이를 위해 수업 중 소그룹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학생들이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토론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학기 중 최소 한 번은 청중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도록 독려합니다. 남들 앞에서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것은 떨리고 어려운 경험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마케팅 전공자로서 성장하는 중요한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Q8. 소비자행동론 수강이 향후 학생들의 진로 설정이나 실무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우선 마케팅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기초적인 소비자의 심리파악과 해석, 전략 수립의 기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향후 마케팅으로 진로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모든 학생이 소비자행동론을 수강해보기를 권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소비자’로 살아갑니다. 경영학에서 사람을 연구하는 타 분야 대비 소비자행동론은 조직보다 개인의 차원에서 보다 깊게 인간 심리와 행동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이를 공부하다 보면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욕구와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기 성찰의 기회도 얻게 됩니다.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통찰력은 훗날 여러분이 어떤 직무를 맡든,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Q9. 경영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정답을 외우려 하지 말고,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비판적 사고를 기르면 좋겠습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찾고 정리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이제는 AI가 많은 역할을 대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AI가 제공하는 답변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고의 파트너로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검증하는 능력입니다.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답을 정해놓고 한계를 짓지 말고,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열린 사고를 하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발로 뛰어 최대한 직접 많은 것을 경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GenZ 소비자들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 막연하게 상상하거나 인터넷에서 찾은 트렌드를 토대로 분석하는 것과 실제로 그들을 만나 대화해 알게 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이 차이를 경험하면, 여러분이 배운 이론이 훨씬 의미 있고 살아있는 지식으로 변하게 됩니다. 정답을 외우거나 정해진 틀에 갇히지 말고, 비판적 사고와 실행을 통해 자신만의 역량을 쌓아가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미래의 경영 인재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Q10. 앞으로의 연구와 교육 활동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연구 측면에서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적응하고 진화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연구가 기업의 마케팅 전략 수립 뿐 아니라, 소비자가 기술 환경 속에서 더 현명하고 주체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기여했으면 합니다.

교육적으로는 학생들이마케팅이 얼마나 흥미로운 학문인가 느낄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데이터와 심리를 연결하여 사람을 이해하는 즐거움을 전달하고, 분야가 흥미로운지, 무엇을 이해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지를 학생들이 경험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결국 가장 좋은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분야에 빠져들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진행: 장서윤, 정수아 / 기사 작성: 진서윤

서울캠퍼스 02447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경희대로26 경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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