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학문의 탁월성을 실현하고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위한 공적 실천의 장으로서 대학의 ‘지구적 존엄’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의 학장이자 책임경영을 연구하고 가르쳐 온 박용승 교수는 세계적인 책임경영교육 이니셔티브인 PRME의 자문위원으로 선임되며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세계 경영교육이 나아가야 할 글로벌 전략과 방향성을 자문한다는 점에서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책임경영교육의 철학과 국제적 리더십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더욱 주목할만하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경희의 문화창조와 결합해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하고, 이를 학내 교육 시스템과 커리큘럼에 어떻게 녹여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책임경영, 인적자원관리, 노사관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 박용승입니다. 현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장과 기업평화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에 유엔 글로벌 콤팩트 산하 책임경영교육 이니셔티브인 UN PRME의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었습니다.
PRME는 Principles for Responsible Management Education, 즉 책임경영교육 원칙을 뜻합니다. 2007년 유엔 글로벌 콤팩트의 주도로 출범한 세계적 경영교육 네트워크로, 경영대학과 경영교육기관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윤리적 리더십,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 글로벌 시민성의 가치를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적 실천 속에 담아내도록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참여하게 된 PRME Advisory Board는 PRME의 글로벌 전략 방향과 거버넌스, 국제 협력, 책임경영교육의 확산을 자문하는 기구입니다. 쉽게 말하면, 세계 경영교육이 앞으로 어떤 가치와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지만, 무엇보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책임경영교육의 철학과 노력이 국제적으로 다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과 PRME의 인연은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우리 경영대학은 2008년 PRME 창립 회원 대학으로 참여했고, 2010년에는 경희대학교에서 PRME 역사상 최초의 지역 포럼으로 평가되는 Asian Forum for UN PRME를 개최했습니다. 이후 2017년에는 PRME Pioneer Award를 수상하며 책임경영교육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저 개인에게도 PRME는 단순한 국제 네트워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책임경영교육은 제가 오랫동안 연구하고 실천해 온 주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희대학교의 창학 정신인 “문화세계의 창조”와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경희가 말하는 문화세계는 단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평화, 공동번영, 더 나은 문명이 함께 실현되는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임경영교육은 경희의 창학 정신을 오늘의 기업과 조직, 시장과 사회의 언어로 새롭게 풀어내는 일입니다.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조직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사회, 자연과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함께 감당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로 PRME의 정신이자 경희대 경영대학이 지향해 온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은 책임경영을 하나의 유행어처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특정 과목이나 일회성 프로그램에만 머물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책임경영은 우리 경영대학 교육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이루는 중요한 축입니다.
대표적으로 우리 경영대학은 2012년부터 ‘책임경영’을 전공기초과목으로 개설해 왔습니다. 학생들이 경영학을 배우는 첫 단계에서부터 기업의 목적, 이해관계자 경영, 지속가능성, 윤리적 리더십,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함께 고민하도록 한 것입니다. 경영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경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좋은 기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도록 한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은 여러 전공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ESG 경영, 지속가능마케팅, 기업과 사회, ESG와 재무보고, AI·빅데이터 윤리, ESG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교과목에서 책임경영의 관점이 녹아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ESG 마이크로디그리와 빅데이터응용학과의 AI 기반 ESG 전략 관련 교육·연구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책임경영이 단순히 선한 의지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데이터, 기술, 전략, 윤리, 지속가능성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책임경영의 핵심은 기업과 경영을 인간과 사회, 자연과 미래세대와의 관계 속에서 다시 바라보는 것입니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을 만들어 내는 기계적 조직이 아닙니다. 기업은 사람들의 노동과 삶, 지역사회, 시장, 환경, 그리고 미래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사회적 제도입니다.
따라서 책임경영은 기업이 주주가치만이 아니라 인간 존엄, 공동선, 지속가능성,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는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영을 단순한 경쟁의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책임의 실천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철학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의 비전과도 연결됩니다. 우리 경영대학은 “Doing RIGHT Things Right in Business”라는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교육과 연구, 대학 운영을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여기서 RIGHT는 Responsibility, Integration, Glocalization, Humanity, Transversity를 의미합니다. 책임성, 통합적 사고, 다양한 민족 고유의 가치를 안에서 공동선을 발현하는 지속가능한 글로벌화, 인간성, 그리고 경계를 넘는 협력의 정신을 통해 경영대학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뜻입니다.
학장으로서 저는 경영대학이 단순히 행정적으로 효율적인 조직이 되는 것을 넘어, 교수, 학생, 직원, 동문,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학문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AACSB 국제인증 준비, PRME 기반 책임경영교육 강화, ESG와 AI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 혁신, 산학협력 확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장직을 맡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의 정체성을 더 분명하게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대학은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교육도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하며, 학생 지원과 산학협력, 국제화도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결국 하나의 질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경영대학인가”, “우리 학생들을 어떤 리더로 성장시키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저는 경희대 경영대학이 전문성과 책임성, 글로벌 역량과 인간적 성숙을 함께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이 되기를 바랍니다. 경영학은 매우 실용적인 학문이지만, 동시에 매우 인간적인 학문입니다. 조직, 노동, 리더십, 협력, 갈등, 가치 창출, 사회적 책임이 모두 경영의 영역 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영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인간 형성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경희대 경영대학은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교육 품질과 연구 역량을 갖춘 경영대학입니다. 둘째, 책임경영교육과 사회적 임팩트에서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경영대학입니다. 셋째,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단순한 직업 선택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소명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경영대학입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책임, 인간 존엄, 공동선, 평화, 그리고 소명입니다. 연구자로서 저는 경영학이 단순히 기업의 성과를 설명하는 학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영학은 인간의 일과 조직, 협력과 갈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좋은 연구는 이론적으로 엄밀해야 할 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질문을 품고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 삶과 학문에는 가족과 교육의 영향도 컸습니다. 선친께서는 한국의 노사관계 교육과 연구를 개척하신 학자이셨습니다. 노동과 경영 어느 한쪽만을 편드는 것이 아니라, 양측 모두가 책임 있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일과 조직이 단순한 경제적 거래가 아니라 인간적·사회적 관계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갈등도 책임 있게 다루면 더 성숙한 제도와 신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또한 서강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 미국 예수회 신부님들로부터 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인간을 형성하는 과업이라는 점을 깊이 배웠습니다. 훌륭한 교육자는 단지 지식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넓게 바라보며, 더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후 경희대학교의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창학 정신은 저에게 책임경영교육과 평화를 위한 기업경영, 인간 중심 경영을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기술적 지능(IQ)이나 알고리즘 처리는 이제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솔루션을 내는 시대입니다. 결국 인간에게 남는 고유한 영역은 존재적인 성찰과 '깨어 있음'입니다.
이러한 영적 지능(SQ)을 키우기 위해서는 거창한 것보다 일상에서의 '성찰적 삶'이 중요합니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매일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일기를 쓰는 순간 사람은 비로소 깨어 있게 되고,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실존적인 목적을 점검하게 됩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학생들에게는 먼저 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경희 경영의 자랑스러운 서사 안에서 여러분은 단지 경영기법을 배우는 학생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미래의 기업과 조직, 그리고 사회를 만들어 갈 예비 리더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마주할 세계는 매우 복잡할 것입니다. AI와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불평등, 지정학적 갈등, 일의 의미 변화 등은 모두 여러분 세대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실력을 어디에, 어떻게,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를 묻는 책임 있는 마음은 더욱 중요합니다.
동료 교수님들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경영대학의 발전은 어느 한 사람의 성과가 아니라 교수님들, 직원 선생님들, 학생들, 동문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의 여정입니다. 특히 책임경영교육은 특정 과목이나 특정 교수님의 관심사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경영대학 전체의 교육 철학, 연구 방향, 학생 지도, 대외 협력 속에 함께 스며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이 전문성과 인간성, 경쟁력과 책임성, 글로벌 역량과 평화의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경영대학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경희의 창학 정신인 “문화세계의 창조”를 오늘의 경영교육 언어로 새롭게 구현하면서, 우리 학생들이 각자의 소명 안에서 더 나은 사회와 더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이윤 극대화를 넘어 인간 존엄과 공동선을 추구하고, AI와 디지털 전환 속에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과 소명의식을 깨워야 한다는 박용승 학장의 통찰은 미래 경영학 교육이 나아갈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이번 인터뷰는 UN PRME 자문위원 선임이라는 세계적인 성과를 넘어, 지난 20년간 경희 경영이 묵묵히 다져온 책임경영교육의 깊은 뿌리와 교육자로서의 치열한 철학을 집약적으로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눈앞의 단기적인 성과 지표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매일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존재적 성찰을 이어가는 태도야말로 이 복합 위기의 시대를 돌파할 미래 리더의 진짜 자질 아닐까 싶다.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한 리더십을 경희의 창학 정신인 ‘문화세계의 창조’와 결합해 독보적인 학문적 전통을 완성해 나갈 박용승 학장, 그리고 그의 리더십 아래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더해갈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의 미래 행보에 아낌없는 지지와 기대를 보낸다.
인터뷰 진행: 장서윤, 문규원 / 기사 작성: 장서윤